임신준비&난임

[일기 2019.06.04.] 생업으로서의 일, 노동에 대하여...

지금생각 2019. 6. 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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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일'은 어떤 '목표' 같은 거였다. '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것..

하지만 지금 나는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그때의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꿈 없이 단지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삶이고, 그러므로 굉장히 불쌍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책 <돈키호테> 내용 중에 나온 이 문구를 그리도 열망했던 것을 보면 나의 '꿈' 집착이 꽤 컷던 듯하다.

오늘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던 과거의 내가 오히려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당시의 시궁창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뭔가가 되기 위해서...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꿈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면 '나중에' 멋진 내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어쩌면 최선이 아니라 악착 같이 하루를 버텨냈었다.

 

그게 학교에서 배운 '장래희망', 교육의 목표였다.

'좋은 대학'에의 열망도 그 꿈을 위한 발판이었다.

위대한 꿈은 언제나 뛰어난 학력, 출중한 스펙이 뒤따르기 마련이었으므로..

나는 때때로 학창시절 친구들을 경쟁 상대로 생각했던 것 같다.

친한 척 웃으며 돌아서서 누구보다도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한 문제라도 더 맞기 위해... 악착같이 밤을 새며 공부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항상 그래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격증'에 집착하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초라하다.

돌이켜보니 내 인생에 대해 스스로 조소를 짓게 된다.

 

 

나는 눈을 까만 안대로 가리고 내 몸통을 겨우 우겨넣을 만한 책상에 앉은 채로 세상을 살아왔다.

내가, 부모가, 가족이, 사회가 나를 그렇게 강제한 것은 아닐까...

'꿈'을 꿔야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너여야 한다고,... 뭔가 대단한 것을 생각해내야 한다고, 

그렇게 강제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나 스스로를 가둔 것은 아닐까.

 

정년을 보장해주니 근면성실하게 오늘도 하루를 살아내며 일해야 하는 나의 직장이, 정말 내가 원해서 취업한 곳일까?

60세까지 보장된 삶, 이게 정말 삶일까? 이건 초등, 중등, 고등, 대학을 거치며 '꿈'을 좇던 내가 그토록 원했던 삶이 아니다.

단순히 하루를 버티는 삶이다. 이게 진짜 노동이다. 생계를 위한 일. 나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내 꿈이 뭔지 잊어버렸다. 초등학교 때 꿨던 꿈이 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 성적이 허락하는 수준에 맞게 내 꿈을 변형하는 동안 내가 진짜 순수하게 되고 싶었던 목표는 하얗게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 순간도 나의 삶이고 쳇바퀴 같은 잡일도 나의 일이고 노동이다.

 

나는 무언가 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위대한 누군가가 되지 못했어도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실패란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그냥 이렇게 살기 위한 것인데, 나 스스로 나를 '꿈'에 가뒀던 거니까.

'꿈'을 이루지 않아도 되고 '꿈'이 없는 노동도 문제가 없다.

나는 잘못 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행복한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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