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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31~2.9.] 미국 여행에서 느꼈던 것

지금생각 2019. 12. 1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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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지 31년. 처음으로 미국에 갔다.

내가 가봤던 여행지 중에 가장 먼 곳이었다. 특별히 여행을 많이 다닌 게 아니긴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 라스베가스 - 로스앤젤레스

8박 10일 동안 세 군데 도시를 돌았고, 그렇게 치면 한 군데서 1~3일 정도 밖에 머무르지 않았던 거다.

그 일정 동안에 뭐 배운게 있겠냐만은.. 그 나라에 대해 알게 된 것 뭐 그런게 아니라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으로는 충분했던 것 같다.

 

1. 세상은 넓고 나는 우물 속

세상이 정말 넓고, 다양하고, 다채롭다.

그런데 나는 정말 제한된 영역에서만 생각했고 자라왔다. (우리 회사, 우리 집, 내가 출퇴근하는 작은 지역, 주말에 이동한다해도 서울이나 경기 지역...)

좀 더 발전적으로 국제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어찌보면 되게 너무 일반적이고 피상적일 수 있는데,... 그동안은 그냥 아주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뿐이고 그냥 지나치던 것이었다면 여행을 통해 몸소 그걸 느꼈던 것 같다.

 

2. 영어의 필요성

점수를 위해서만 영어공부를 했었다.

그런데 여행을 통해 영어가 왜 필요한지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필요한건지, 내가 어떤 자세로 임해야하는지 느꼈다.

솔직히 지금 여행한지 거의 1년이 지났는데, 이때의 생각을 벌써 좀 까먹었다. 당시에는 정말 너무 간절했고, 내가 너무 부족해서 부끄러웠고, 분발하고 싶고 발전하고 싶었는데, 그 생각이 이렇게 쉽게 지워진다는게 참 안타깝다.

내 인생이 아주 거센 파도에 휘말리듯 그냥 미친듯이 흘러가고 있구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를 되돌아보고 되새김질 할 겨를도 없이 그냥 막무가내로 지나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영어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여유의 필요성으로 변질되었다.

솔직히 이런 일상에서 영어를 쓸 일도 없고, 영어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근데, 여행을 다녀오면 항상 그런 필요성을 느낀다. 그때는 너무 아무 말도 못하고 대화도 잘 안되는 내가 부끄러웠기 때문에 그 부끄러움이 더 강하게 나의 의욕을 불태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안타까운 것은 내가 영어를 너무 시험 위주로만 공부했고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 공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어를 금방금방 익히는 외국인들을 보면 그게 너무 부럽고 놀랍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영어. 영어가 아니더라도 외국어.

 

3. 다양한 사람. 각자의 삶의 방식

1번과 비슷한 내용일 수도 있는데, 조금 다르다.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이 대체로 뭔가 자신이 있어 보였던 것 같다는 점에서 느낀 생각이다.

거지 같이 대충 입에 풀칠만 할 정도로 사는 사람도 있고, 뻔드러지는 집에서 좋은 차, 좋은 옷 입으면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각자 자기가 택한 선택과 그 과정에서의 삶의 방식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도 (그 속내를 들은 건 아니지만) 그냥 자기가 즐거운 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가 속한 그 정도 수준에서 만족하고 자신감 있게 사는 느낌. 

이 말은 어찌보면 현재에 되게 충실하기 때문인 것 같다. 되게 먼 미래를 보고 무언가를 꿈꾸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내가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 미래를 보는게 아니라 그냥 순간 속에 충실했었다. 내가 누릴 수 있는 범주 안에서 가장 최고의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달까.

 

4. 개성이 강하다

이것도 비슷하다. 내가 부족한 것들만 보였나?

나는 개성이 없다. 회색인간... 그런데 미국과 미국인들은 정말 화려했다. 가난하든 부자든 개성이 있고, 자신의 '기호'가 드러났다.

자기가 좋아하는 옷, 신발, 좋아하는 색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여행을 마치고 1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개성이 없고, 그 개성 없음은 좋아하는 것 없음이 원인일 것이다. 좋아하는 것 없음은 무언가에 뛰어들기를 두려워하는 소심함 때문일 것이고. 그 소심함은 가난함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나는 왜 가난한가. 왜 가난하면서 자유롭지 못한가. 사실 그렇게 가난한 것도 아닌데, 가난해질 것이 두려운 건가. 그냥 돈 쓰는 것이 아까운 것인가... 쓸데없는 데 돈쓰는게 왜 아까울까... 왜 그 개성을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할까. 그리고 그 개성 없음에 대한 한탄을 되풀이하는가..

 

5.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

내가 하는 일은 그 영역이 너무 좁고 한정적이다.

외국에 나가보면 세상은 정말 넓고 재미있는 것들이 널려있는데,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왜 나는 지금에 갇혀 있는가...

나는 용기가 없다. 그 터질듯한 불안함에 맞설 용기가 없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요새는 정말 0에 가깝다. 일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문제해결력이나 의지 없이 일하고 있다. 사실 그게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냥 기계처럼 일해도 되고, 사명감 따위는 필요 없고... 그냥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인... 그게 지금의 내 일이다. 직원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전자책, 고객들은 쓰레기라고 욕하는 전자책, 일반적인 동급 디자인에 비하면 나사가 풀린 듯한 디자인, 쓸데 없는 완벽주의만 채워진 불안과 욕심...

세상에는 해결해야 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고, 기여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위는 무엇을 위한 것이며,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나? 그런 벽에 부딪혔다.

 

6. 부모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부모님이 더 나이 드셨고, 내가 그걸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여전히 내 부모님이 젊고 나와 같이 움직이는데 아무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다. 나는 더 많이 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 의욕이 강했고, 부모님은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 먹어도 그만 안먹어도 그만이었다. 그걸 이해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고, 그걸 맞추면서 여행하기는 이제 앞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인생을 많이 산 자의 입장에서 여행이 뒤따라 오는 것이었다면, 나는 그 여행이라는 것을 쫓아가기에 벅찼다. 너무 많고 빠르게 스쳐가는 것들을 다 잡고 싶었으니까.. 내 욕심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이 여행을 통해서 부모님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어쨌든 여행이라는 것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내가 원래 생활하는 환경과 패턴을 멀리서 볼 수 있도록 개관화하게 해준다. 여행은 결국 다시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거라고 누군가 그랬던 것 같은데...

그렇게 나를 위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 여행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도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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